지문은 손가락 안쪽의 끝부분을 지류나 물체의 표면에 눌러 찍음으로써 표면에 남는 무늬에 의한 영상을 말한다. 지문은 유전적인 형질이므로 와상문의 지문을 많이 가진 부모에게서 태어난 아이들은 와상문의 지문을 가질 수는 있으나, 지문의 특징점과 각 특징점 사이의 융선의 수 등은 사람마다 모두 다르기 때문에 형제간이라도 혹은 쌍둥이라도 각기 다른 형태의 지문을 가지고 있고 평생 동안 변하지 않는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萬人不同 終生不變)
이러한 특징덕분에 개인 식별에 중요한 요소로 활용되고 있으며 범죄 수사물에 단골로 등장하는 소재이기도 하다. 또한 서명이나 도장처럼 계약서나 각종 증명서의 말미에 사용되기도 하므로 지문감정의뢰는 전체문서감정의뢰건수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각종 계약서의 사문서위조의 지문감정의뢰와는 달리 조금 특별한 지문 감정이 광주지방검찰청으로부터 의뢰되었다.
광주에 사는 정○○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특별법 위반으로 구속 기소되었다가 서울형사지방법원에서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고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되었다.
그 후 정○○은 광주에 있는 어떤 식당의 여주인과 내연의 관계를 맺어 오다가 내연녀가 경영하는 식당에서 손님들과 시비가 생겨 다시 관할 경찰서에 구속되게 되었다. 집행유예기간 중이었던 정씨는 형의 집행을 면하기 위하여 자신의 형인 정△△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하여 수사를 받고 구속 기소되어 형의 이름으로 광주지방법원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그 후 형의 성명과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한 이 사건은 그대로 묻히는가 싶었다. 그런데 정○○의 형인 정△△는 정○○이 구속되어 있던 기간 중에 병으로 사망했다는 사실이 밝혀지게 되었다.
그러자 관할 광주지방검찰청에서는 광주지방법원에 형집행유예취소를 청구한 후, 대검찰청 문서감정실에 정○○에 대한 폭력사건수사기록에 편철되어 있는 피의자신문조서상의 무인과 역시 정○○ 명의의 광주교도소 작성 재소자신분카드상에 있는 십지지문, 그리고 광주지방검찰청에서 직접 채취한 정○○의 실제 십지지문을 각각 비교하여 그 동일성여부를 밝혀달라고 감정을 의뢰하게 되었다.
광주지방검찰청으로부터 지문의 동일성여부를 확인하여 달라는 의뢰를 받은 문서감정실에서는 문제된 지문과 비교할 지문을 50배 이상 확대하여 사진촬영을 한 후 그 사진을 통하여 감정을 실시하였다.
문제가 된 지문과 비교할 지문 중 감정자료로 제출된 세 가지 문서에 공히 날인되어 있는 오른손 엄지손가락의 지문을 비교하기로 하고 지문의 형태를 살펴본바, 모두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제상문이었다.
세 가지 문서에 날인되어 있는 오른손 엄지의 지문이 같은 형태인 것을 확인한 후, 각 제상문의 중심인 핵(Core)과 삼각도(Delta) 사이에 개재되어 있는 융선의 수를 확인하여 본 바, 모두 14개로 일치하였다. 이렇게 하여 지문의 형태와 지문의 핵과 삼각도사이에 개재되어 있는 융선의 수까지도 일치하는 것을 확인 한 후, 본격적으로 지문 특징점의 위치와 각 특징점 사이에 개재되어 있는 융선의 수가 일치하는지 여부를 비교하여 감정을 수행하였다.
접합점과 분기점, 종지점과 개시점, 단선, 도형선 등의 다양한 지문 특징점들의 위치와 그 특징점 사이에 개재되어 있는 융선의 수가 모두 일치함을 확인한 후 문제가 된 정○○의 폭력사건기록의 피의자신문조서에 날인된 무인과 같은 정○○의 재소자신분카드상에 있는 십지지문이 정○○의 실제지문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이러한 감정결과에 따라 정○○는 다시 구속되어 집행이 유예되었던 형을 살게 되었다. 이미 사망한 형의 지문을 빌려 죄를 모면해 보려던 정○○의 파렴치하고 얄팍한 술수는 숙련된 문서감정관의 날카로운 관찰력을 피할 수 없었고, 덕분에 억울한(?) 누명을 쓸 뻔한 정○○의 형 정△△의 무죄도 입증될 수 있었다.
/대검찰청 문서감정실장 윤기형
지방자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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