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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부동산 전문 사기꾼' 일망타진기

  2009년 05월 06일 (수) 10:44 양평매일뉴스  

따르릉...따르릉...
2008년 12월 중순 어느 날 오후의 적막한 사무실을 울리는 요란한 전화벨이 두 번 울렸다.

“여보세요, 실례지만 누구십니까?.... 검사님, 김ㅇㅇ사건에 중요하게 제보할 것이 있다고 하는데요, 신원을 밝히기는 어렵다고 합니다. 어떡할까요?”
“예, 저 바꿔주세요,,”

이렇게 해서 성명을 밝히기를 꺼려하는 제보자와의 전화통화가 시작되었다.

“제보하시겠다는 정보가 어떤 것입니까?”
“예, 검사님, 제가 ㅇㅇ빌딩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는데요, 김ㅇㅇ이라는 사람 실제로 ㅇㅇ빌딩에 공사를 한 사실도 없고, 그 건물을 소유하고 있던 G주식회사 이사, 팀장과 전부 짜고 거액의 유치권을 신고하였고, 또 가장임차인들을 내세워 부동산 경매낙찰가를 떨어뜨린 다음 다른 사람을 통해 싼 값에 낙찰받으려는 아주 나쁜 사람들입니다”
“그걸 어떡해 잘 알고 있습니까? 검찰청에 나와서 진술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안됩니다. 그 사람들이랑 오랜 인연을 맺어왔고, 지금 상황에서는 제가 누구인지를 밝히기도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그 사람들 옆에서 일을 많이 봐주고 있어서 ㅇㅇ빌딩 관련하여서는 잘 알고 있습니다”

무척이나 반가운 전화였지만 아무런 구체적인 진술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검찰청에 나와 진술도 해줄 수 없다니... 그냥 맛있는 사탕을 한번 빨게만 해주었다가 도로 빼앗아 가는 그런 기분이었다.

그렇다. 그때까지의 수사상황은 그런 상태였다. 정황은 있지만 모두가 부인하는 상태에서 특히 ㅇㅇ빌딩과 관련해서는 소유자들과 결탁되어 있는 것이라 누구하나 쉽게 진술을 해주지 않는 상황이었다.

검찰청에 나와 진술을 해 줄 수 없다는 전화 제보자.....

 

“그러면 앞으로 전화하지 마십시오, 저희도 전화하신분이 말씀하신 사실 정도는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정말 저도 나가서 진술하고 싶습니다만 진짜로 신분을 밝히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어제는 김ㅇㅇ가 ㅇㅇ빌딩 관리실에 찾아와 G주식회사 이사 박ㅇㅇ와 팀장 김ㅇㅇ에게 자신이 어제 또 검찰조사를 받고 왔는데 조만간 기소가 될 수도 있다며 변호사비용도 대달라고 했는데 박이사가 회사 사정이 어렵다며 일단 그냥 한번 수사를 받아보라고 하자 김ㅇㅇ가 변호사비용을 안 대주면 검찰에 가서 전부다 불어버리겠다고 까지 하였습니다. 그래서 박이사가 600만원 정도를 변호사비용으로 대주겠다고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일단 알겠고, 혹시라도 나중에 생각이 바뀌어서 한번 나와서 진술해주실 의향이 있으시면 전화주세요, 감사합니다.”

전화를 끊었지만 별 특별한 소득도 없었던 것 같아 아무렇지 않게 다시 오후 일과에 집중하였다.

 

인천지검 726호실에서 김ㅇㅇ사건이라고 하면 이 방에서만큼은 꽤 유명한 사건이다.

사건의 시작은 이러했다.

 

2008년 10월 중순경 별건 사기사건의 고소인인 이ㅇㅇ는 하루에도 여러 통 사무실로 전화를 하였다.
그 요지는 너무 억울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피의자 김ㅇㅇ를 헐뜯고 험담하는 것으로 전화가 계속되었다. 고소인이든 피의자든 치우침이 없이 사건에 대하여 이야기를 듣고 누구의 말이 더 진실에 가까운지 진술 및 수집한 증거들로 판단해야겠지만 그렇게 전화를 많이 받았으면서도 이ㅇㅇ의 전화를 가볍게 생각할 수 없었던 것은 아무래도 이ㅇㅇ의 말이 더 진실 같았고 또 불쌍하다는 생각도 들었던 것 같다. 그러면서 아주 가끔씩 이ㅇㅇ가 하는 말 중 자신도 들어서 알고 있는데 김ㅇㅇ가 건물 가지고 장난을 많이 치는 사람이라고, 유치권 전문가라는 이야기를 하고 다니면서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한다며 전문 부동산 사기꾼이라는 말을 자주 하였다. 그래서 처음에는 그러냐고 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었는데 위 별건 사기사건을 기소하면서 범죄경력조회를 확인해보니 상해와 주거침입 전과가 30여회 가까이 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주거침입이라,,, 통상 주거침입전과가 많은 사람은 잘 보지 못했기 때문에 뭔가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정말 이ㅇㅇ가 이야기한 건물 유치권과 관련된 사실은 없을까하는 생각이 불현듯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그래서 일단 계장님과 상의 끝에 김ㅇㅇ의 전과 의견서 및 공소장사본을 전부 받아 보기로 하였다. 아니나 다를까... 정말이지 최근의 대부분의 폭력전과 및 주거침입전과가 세입자들 또는 건물 관리인들과의 싸움에서 벌어진 일들이었던 것이다. 김ㅇㅇ과 관련된 건물을 관련 형사사건을 바탕으로 파악해보니 총 4개 정도 되었고 그 중 의견서 및 공소장사본을 바탕으로 김ㅇㅇ가 유치권 권리신고를 한 정황이 파악된 건물이 2개였다. 그 중 하나는 여관건물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서두에 언급한 G주식회사 소유의 ㅇㅇ빌딩이었다.

 

일단 계장님과 함께 위 두 건물의 경매기록을 전부 받아보기로 하였다. 경매기록을 받아본 결과 그나마 액수가 약간 경미하고 경매관련자의 숫자가 적었던 여관건물에 대하여 확인해보기로 하였다. 그래서 최초로 수사가 시작되었다.

우선, 당시 건물 소유자, 낙찰자들을 상대로 수사를 진행하였다. 그래서 어느 정도 증거를 확보한 다음 실제 김ㅇㅇ의 지시로 공사를 담당하였다고 하며 경매절차에서 공사 수리비 등의 자료를 제출하였던 공사업자들을 대부분 소환하여 조사한 결과 이미 말을 맞추어서인지 대부분 공사를 하였다고 하며 김ㅇㅇ의 혐의를 부인하였다. 그러나 이미 자료를 많이 확보하고 있는 상황에서 실제 공사업자들의 진술은 상호간 조금씩 불일치할 수 밖에 없었고, 서로 간에 주고받은 돈에 대한 근거도 전혀 제시하지 못하는 등 조잡하여 이미 관련자들 진술만으로도 충분히 증거가 확보되어 마지막으로 김ㅇㅇ를 불러 조사한 다음 여관 건물에 대한 허위 유치권 권리신고 사건을 인지하게 되었다.


-상대를 알고 승부에 자신감을 가지면 반드시 승리


그 와중에도 틈틈이 위 ㅇㅇ빌딩에 대한 자료를 모으고 있었다. 사실 ㅇㅇ빌딩은 나중에 전부 밝혀지게 되었지만 소유자들과 결탁되어 벌어진 일이라 입증하기가 정말 어려웠다. 김ㅇㅇ도 검찰조사에서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며 ㅇㅇ빌딩에 대해서는 진짜로 공사를 한 것이 맞다고 주장하였다. 섣불리 공사업자들이나 가장임차인들을 불렀다가는 연습만 시켜주고 얻을 것은 하나도 없을 것 같은 느낌도 받았다. 당시 건물관리인 및 G회사의 김팀장도 똑같이 진술하였다. 그렇지만 경매기록을 바탕으로 사건을 바라본 나의 심증은 이것도 허위일 것이라는 확신이 강하게 들었다. 또한 서두에 언급한 제보자의 전화를 받은 것도 어느 정도는 나의 확신을 유지시켜줄 명분이 되었다.

 

2008월 12월 중순경 또 다시 김ㅇㅇ를 소환하였다.

흔히들 도박에서도 상대방의 패를 읽을 수 있으면 그 게임은 반드시 승리한다고 했으리라..
모든 스포츠가 그렇듯이 상대를 알고, 승부에 대한 자신감이 있으면 그 게임은 반드시 승리한다는 것을 몸으로 익혀 알고 있었다.

 

그렇다. 나는 김ㅇㅇ에 대하여 아주 중요한 사실을 하나 알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변호사비용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 이야기를 하는 순간 왠지 모르게 김ㅇㅇ가 무너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사 초반 여전히 김ㅇㅇ는 여유가 있었고 웃음까지 보이며 범행을 완강히 부인하였다. 그렇지만 나는 비장의 카드를 감추며 약간이라도 김ㅇㅇ의 진술이 흔들리는 순간을 노리고 있었다. 기회가 왔다. 김ㅇㅇ가 중요한 부분에서 지난 번 진술과 다른 진술을 하였던 것이다. 추궁하기 시작했다. 물론 김ㅇㅇ는 여러 가지 핑계로 변명했지만 약점을 보이는 순간, 약점을 보인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공격해 쓰러뜨려야 한다는 격투기의 진리처럼 마지막 비장의 카드를 빼어 들었다.

 

“그 사람의 신분이나 난처함을 생각해서 신분을 밝히기는 어렵지만 모든 것을 다 말해준 사람이 있습니다. 김ㅇㅇ씨, 박이사와 김팀장에게 찾아가 변호사비용을 대달라고 이야기한 적 있죠? 변호사비용 안 대주면 검찰에 가서 다 불어버린다고도 이야기했죠? 모든 것을 김ㅇㅇ씨가 주도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박이사와 김팀장에게는 어째든 ㅇㅇ빌딩을 깨끗한 상태에서 싼 값에 다시 낙찰 받아야할테고 그러면 김ㅇㅇ씨의 도움이 많이 필요했을 것입니다. 어차피 다 들어나게 되어 있습니다. 더 이상 짐으로 가져있지 말고 털어놓으세요”

 

-상대방의 빈틈을 확인한 순간, 빠르고 신속하게 집중적으로...


순간 김ㅇㅇ의 눈빛이 많이 흔들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그날 모든 것을 자백받았다.

이제 김ㅇㅇ에게 남은 것은 자신에게 주어질 죄책을 조금이라도 줄여볼 여지만 남았으므로 이제는 박이사와 김팀장에게 책임을 더 많이 돌리는 진술을 하였지만 이미 3명이 중요 피의자라고 보고 있었고 이 사건을 전부 주도하였다고 보고 있었으므로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진술을 할수록 더 많은 것이 밝혀진다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것이었다.

 

김ㅇㅇ의 자백진술을 바탕으로 이제 구체적인 증거 확보에 들어갔다. 공사업자, 건물관리인, 가장임차인들 모두 조사를 마쳤다. 역시나 가지고 있는 정보와 자료가 많고 확신이 있으니 충분한 증거가 확보되었다. 이제 나머지 두 사람만 남았다. G주식회사의 박이사와 김팀장이었다. 이미 두 사람은 김ㅇㅇ가 구속된 이후 검찰에서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고, 어느 정도 자신들에 대한 혐의도 인정된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제 그들에게 남은 관심사는 오로지 누가 주동자인가였다. 그러나 누가 주동자냐고 하는 것은 수사 진행에서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다. 이미 누가 주동자일 것인지는 수집한 증거 및 진술로 확보해 놓은 상태였으므로 혐의유무만 명확히 하면 되는 것이었다.

 

결국 위 사건은 3명을 전원 구속하여 기소함으로써 일단락되었다. 수사가 마무리될 때쯤 위 제보자가 누구인지가 무척이나 궁금해졌다. 3개월에 걸쳐 수사를 하였고, 많은 참고인들을 조사한 결과 대충 누구일 것이라는 것이 짐작은 갔으나 확신은 들지 않았다. 사건과 무관하게 또 그 사람이 무척이나 궁금했다. 이것은 아마도 버릴 수 없는 호기심과 승부욕 때문이 아닐까...당시 두 사람을 물망에 놓고 있었는데 그 중 한사람은 직접 참고인으로 불러서 조사도 했었다.

 

“여담입니다만 ㅇㅇㅇ씨죠?”
“예? 뭐가요?”
“지난번에 사무실로 전화하셨던 분..”
“예. 전화요?”
“지난번에 저희 사무실로 전화하셨잖아요..ㅇㅇㅇ씨 맞는데 왜 그러세요?”
“저는 사무실로 전화한 적 없는데요”

 

그러나 위 대화를 하는 내내 나 뿐만 아니라 ㅇㅇㅇ씨도 웃고 있었다. 그 웃음의 의미까지는 밝히지 않았고 또 더 묻는 것도 의미가 없는 것 같아 더 이상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아마 ㅇㅇㅇ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아직도 든다.

 

전문 부동산 경매방해사범 일당 구속 기소. 지역신문 등에 난 기사제목이다. 분명 우리 사회 병폐의 일부분이고, 특히나 최근 들어 부동산 컨설팅을 전문적으로 하는 업체들이 우후죽순처럼 많이 생겨난 상황에서 어쩌면 이번 사건이 극히 일부분일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극히 미미하고 아주 일부분에 불과했지만 사회의 환부를 조금이나마 덜어 내었다는데 많은 보람과 자부심을 느꼈고, 또 그만큼 해야 할 일들이 많다는 생각도 새삼 하게 되었다.

 

/인천지검 신기련 검사(News Pros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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