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지난 50년간 물가는 30배 올랐지만, 토지는 무려 3000배 올랐다. 토지 ㎡당 전국 평균가격은 1964년 19원60전에서 2013년 5만8325원이었다. 서울 지가 상승은 지방의 119배로 무려 1만배가 올랐다. 그동안 땅값 상승에 따른 불로소득 6700조원 가운데 상위 1%가 무려 38%(2551조원), 상위 10%가 83%(5546조원)를 가져갔다. 이것이 우리가 직면한 부동산투기 공화국의 실체다.
민족 공동체 전체에 주어진 공공재 성격의 토지를 일부 계층이 독점하면서 생긴 폐해는 너무도 심각한 현실이다. 갈수록 악화되는 빈부 격차의 양극화는 대한민국을 강남과 강북, 서울과 지방 간의 분열과 갈등으로 몰아 넣었고, 흙수저 청년들은 헬조선을 외치는 지경이다. 청소년들의 장래 희망 1위가 불로소득으로 떵떵거리고 사는 건물주인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대기업이 연구개발 등 생산적 투자를 외면하고 비생산적인 부동산투자에 몰두, 경제성장 자체를 저해하는 망국병이 됐다.
이런 망국병을 잡는 유일한 방법은 보유세를 강화하는 것이다. 보유세는 실현되지 않은 소득에 과세하는 것이 아니라, 공공재 성격의 부동산 보유자가 사회 전체에 전가한 비용을 청구하는 것이다. 부동산의 과다에 따라 매기는 보유세는 공평과 효율 측면에서 따라올 세금이 없다. 망국병인 부동산투기 문제를 근본적으로 잡고 토지 독점에 따른 불평등을 해결할 수 있다. 애덤 스미스나 데이비드 리카도 등 자본주의 경제학의 태두들도 토지 독점과 불로소득의 폐해를 비판했고, 100년 전 제정된 독일 바이마르 헌법에서도 토지공개념을 도입했다.
미국이나 독일, 일본 등 자본주의 선진국들이 오래전부터 토지와 이에 파생된 건물에 무거운 세금을 매기는 것도 이런 이유였다. 주요국의 국내 총생산 대비 보유세 부담률을 보면 미국이 2.88%, 일본이 2.16%,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평균이 1.07%정도다. 반면 우리나라 보유세는 0.79%에 그친다. 2013년 기준 서울 주택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0.12%로 미국 주택(도심지역1.5%)의 10분의1도 되지 않는다. 대한민국이 부동산 투기꾼들의 천국으로 불리는 이유다.
보수정당, 언론에서는 ‘실현되지도 않는 소득에 과세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지만, 찬찬히 따져보면 어불성설이다. 불로소득을 통해 벌어들이는 막대한 수익은 외면하고 세금만을 강조하는 것은 불공정하다.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라도 불로소득을 통한 부의 독점은 바람직하지 않다. 보유세 강화의 당위성에도 불국하고 공격하는 것은 대한민국을 19세기 천민자본주의로 후퇴시키자는 것이나 다름없다.
역대 정권이 부동산 투기를 잡지 못한 것은 본질을 외면한 처방에 있다. 지난 ‘913부동산 대책’ 역시 단기적으로 투기 열기를 잡았을지 몰라도 미봉책에 불과하다. 대기업과 대자본가들이 소유한 토지와 빌딩, 상가는 손도 대지못했다. 주택 대상 종부세만 강화하는 ‘핀셋 증세’였다.
지난 2016년 종부세 대상자(27만 3555명)은 전체 주택 소유자의 2%에 불과하다. 그중 74%는 과세표준 3억원(실거래가18억원) 이하다. 인상폭도 연 10만원 수준이다. 최근 보수 정당과 언론들이 부추기는 세금폭탄 프레임은 상위 2% 부자들을 변호하는 정치공세에 불과한 것이다. 여론조사(리얼미터.9월12일)을 보면 보유세 강화에 찬성하는 여론이 56.4%로 반대(30.7%)를 압도한다. 정부의 9.13대책에 대해서도 미흡하다(39.4%)는 여론이 과도하다(19.8%)는 응답의 두 배에 달한다. 부동산 망국병을 잡아야 한다는 국민들의 울분이 담겨 있다.
부동산 투기는 다수의 희생을 딛고 극소수가 웃는 승자 독식의 게임이다. 토지(부동산)는 일반 상품과 달리 재생산이 불가능하다. 한정된 자원을 특정 계층이 독점하게 되면 다른 계층은 쪽박을 차게 되는 특징이 있다. 한국 사회 불평등의 근본 원인이 바로 토지, 부동산 문제에서 비롯되는 이유다.
/김대정 객원기자kimdj@